12회 서울YMCA 종로포럼

남북관계 현안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강연자 : 이 종 석

(전 통일부 장관,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2013926일 / 서울YMCA 대강당

   

 

 

 

 

남북관계 현안과 한반도프로세스(Y).pdf

 

파탄직전의 남북관계, 회복의 계기 포착, 그러나...

 

그동안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때 너무 악화되었기 때문에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게 많은 기대를 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권 출범을 앞두고 북한 핵실험이 진행되는 등 그렇지 않아도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운신의 폭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개성공단 폐쇄 일보직전 까지 갔던 대결과 불신의 남북관계가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8.14)로 인해 일부 회복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전쟁 위기에서 벗어난 정도에 불과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이래 남북관계가 진전된 부분은 전혀 없다. 이는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연기 발표(9.21) 등의 사례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특히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경협을 중단하고 개성공단에 대한 모든 교류를 끊은 5.24 조치 후 남북관계는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북핵 문제 역시 교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3차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인 2094호가 발효 됐지만 대북제재 효과는 미미했다. 중국의 시진핑 지도부는 외향적으로는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제스쳐를 보였지만, 오히려 북중 교역은 전년 대비 25% 상승한 31.4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북핵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잘 활용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통성을 확보하고 장기집권을 위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 바로 경제 발전을 통한 인민경제생활 발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북한은 도처에 경제특구를 만들려 하고 있고, 최신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을 접목시켜 일시에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며 단번도약이라는 강력한 경제발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북제재는 북한이 그럭저럭 먹고 사는 것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이러한 단번도약전략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정전체제 60년이라는 비극적인 역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재 한반도의 정세다. 이로 인해 우리는 불안한 평화, 불안한 삶,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반도의 평화번영, 남북협력, 북한의 핵을 제어하고 북핵문제를 풀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열려 있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기도 하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신뢰할만한가?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개념과 비전, 과정에 대한 개념을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만들고자 하는 한반도의 상은 무엇인가? 하는 비전이 불명확하고, 어떤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과정을 거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 모호하다. DMZ세계평화공원조성이 사실상 유일한 구체적인 과제로 볼 수 있고, 추상적 개념이 많고 구체적인 정책적 수단이 부족하다. 비전과 프로세스가 없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고 밖에 평가 할 수 없다.

우리사회에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비합리, 비현실성이 만연해 있다.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고 정확한 개념을 가져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타협이나 보상으로 해결한 적이 없는데도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의 악순환을 끊겠다며 잘못된 남북관계의 관행을 바로 잡겠다거나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식의 교시적, 훈계적 자세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 대외관계에서 교시적, 훈계적 자세를 견지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에 대해 그런 영향력을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보다 균형적이고 뭔가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합리적 방향을 제시해 북한이 결국은 버릇을 고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북핵을 고도화시킬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6자 회담과 한반도 핵문제의 역사를 보면 대화가 없던 시기에 북핵이 몇배나 더 고도화 됐다. 그러므로 북핵 문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화라도 진행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북핵 문제의 근원이 정전체제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 논의와 평화체제 논의는 같이 가야 된다.

 

21세기 남북협력과 통일의 의미

 

남북협력과 통일의 의미는 우리 삶의 불안정을 해소하고 한민족 삶의 질적인 도약에서 계기를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대륙으로 연결된 육지가 봉쇄되고 3면이 바다인 상황에서도 오늘날의 기적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어 냈다. 남북협력을 통해 3면이 해양이고 1면이 육지와 연결 되면 그동안 막혔던 대륙으로 뻗을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인의 경제, 심리, 문화, 교류 공간 감각은 크게 확대 될 것이다. 또한 북한 자체가 우리한테는 경제발전의 엄청난 잠재적 요소이며 한계에 부딪힌 한국경제의 출로가 될 수 있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개성공단과 같은 인적협력을 적극 활용해야 하며, 북한의 노동력, 토지, 지하자원과 우리의 자본과 기술을 적절하게 결합해 서로가 상생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분쟁의 바다인 서해와 NLL 문제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을 통해 중국, 북한, 남한을 잇는 황해경제권이 만들어 지면 우리는 중국의 고속성장을 우리가 취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남북한 경제공동체 형성은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하고, 우리 미래세대의 성장 동력과 먹거리로 기능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당면 과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중 관계와 북한의 전략을 고려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에는 북중 국경과 남북 휴전선이라는 두 개의 경계가 있다. 북한에 이 두 경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고 대북정책을 진행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는 우리가 아무리 막아도 북한과 중국 관계가 열려 있으면 두 개의 경계로 인한 부동조화(不同調化)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전면적으로 남북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솔직하게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 해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남북관계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도 된다. 그렇지 않고 이명박 정부 때의 불편하고 잘못된 관계를 이어 받은 상황에서 핵실험 문제가 터지니까 북핵 문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비전을 가지고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NLL, DMZ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군사협상도 이러한 큰 틀 안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협력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북한이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왜 그들을 설득하고 그들과 함께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건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국민을 위해서이며, 나아가 우리 민족을 위해서라는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실사구시에 기초한 남북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는 제재를 통해서 해결될 수 없다. 조건 없는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 선 북핵 동결, 후 북핵 폐기 정책이 우선 필요하다. 북핵 동결 후 북한체제가 핵 없이도 살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경제협력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평화협정 체결과 북핵 완전 페기를 동시에 추구해 나가야 한반도 평화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 될 수 있을 것이다.

 

 

※ 강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동영상 다시보기" 를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Y종로포럼